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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박사의 연재특집】 백제 죽이려는 괴담 백마강과 조룡대 전설백마강 용과 백제 정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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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6  15: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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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 용은 함께 살아서 용트림해야 한다.

한국 지도를 놓고 보면 대양에서 방금 나온 토끼 한 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대륙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려는 형상이라서 지도만 보아도 대륙으로 무한히 도전하려는 한 민족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그 뿐인가 지도의 등줄기에는 높은 산들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해안지대로는 넓은 평야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산에는 산림자원과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들에는 곡물이 풍부한 정말 백성들이 살기에는 너무나 호조건인 천혜의 땅이다.

그런데 이러한 천혜의 땅을 풍요롭게 가꾸고 있는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넉넉하게 산과 들을 적셔주고 있는 풍부한 강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강들을 보면 마치 우리들 온몸의 구석구석을 돌고 있는 혈관들처럼 골고루 흐르고 있어 정말 살아있는 토끼의 그 토실한 맥박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도 이 땅의 강들은 튼실한 나라의 동맥이 되어 지역마다 골고루 흘러넘치고 있는 것인지, 세계 지도를 놓고 보아도 비록 광대한 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산과 강과 들이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금수강산 반도삼천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압록강과 두만강은 대륙을 가로 막아 천혜의 방어선이 되고,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이 서남쪽으로 흐르면서 비옥한 들녘을 적시며 우리들의 넉넉한 젖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강이란 무엇인가? 강은 단지 개울물이 합쳐진 큰개울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혈관의 순환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인류문명의 목숨도 바로 강이라는 혈관의 순환으로 생존하고 번영하는 것이기에 강은 문명의 원천이고 역사의 동맥이고 그 지역을 살고 있는 동식물은 물론 인간들의 목숨 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시간에 세계 4대문명 발생지를 말할 때면 늘 강물과 함께 언급하게 된다. 이집트의 나일강 문명, 중국의 황하강 문명, 인도의 인더스, 갠지스강 문명, 바빌로니아의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 문명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대문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문명도 강이라는 젖줄이 없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강은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옛날 조상들은 강을 신성시하고 신격화하여 풍요와 안녕을 기대하는 강신제(江神祭)를 드렸던 것이다. 그리고 강을 신격화 하는 과정에서 저들은 힘차게 굽이치며 범람하며 자욱한 안개를 뿜어대며 하늘로 올라가 비바람 몰아치는 저 변화무쌍한 장관을 보면서 강도 살아있는 존재, 의지와 감정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를 상상하면서 마침내 용(龍)이라는 영물(靈物)을 창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동양에만 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도 있고 기독교에도 있고 불교에도 있고 유교나 도교에도 있다. 그만큼 인간은 강과 물에 대한 공통된 외경심을 용이라는 신비로운 신앙을 공통으로 가져야만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용을 표현하는 데도 최고의 신령한 동물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동양에서의 용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를 닮은 신묘한 형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아홉 종류의 동물을 곱으로 한 81개의 비늘이 있고 소리는 구리쟁반이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으며 턱밑에는 명주(明珠)가 있고, 목 아래는 거꾸로 박힌 비늘, 역린(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공작꼬리 같은 보물 박산(博山)이 있다. 이처럼 동물의 최고 장점만을 살린 것이 용이기에 그 조화 능력이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기에 용을 신으로 숭배하게 되는데 이러한 용의 신격화는 결국 굽이치는 강물의 생명력과 천지조화의 신통력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용은 물의 신이고, 강의 신격화다. 일찍이 관자는 수지편(水地篇)에서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는 변화무상(變化無常)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라”고 하였다. 그 뿐인가 용은 신출귀몰하는 것만 아니라, 풍운조화를 통해 농사를 지배하고 나아가 백성들의 길흉화복은 물론 국가의 안위를 다스리는 막강한 신으로 격상하게 된다. 영조 때 홍봉한의 「문헌비고」를 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무려 29회의 용이 출현하고 있는데 용의 출현 뒤에는 국가적으로도 태평성대, 성인의 탄생, 군주의 승하, 큰 인물의 죽음, 농사의 풍흉, 군사의 변동, 민심의 흉흉 등 거국적인 대사가 있었다고 했으니, 과거 용에 대한 신앙은 단지 민간신앙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인정된 신앙이고 사상이고 예언이고 비전이었다.

최세진은 「훈몽자회」에서 용(龍)자를 ‘미르 용’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미르란 물(水)이라는 말과 미리(豫) 라는 옛말에 연결되는 것으로 보아, 용은 물의 신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보여주는 예언적 능력이 있음을 말해준다. 불교에서 미래불을 미륵불이라 하는데 여기서 ‘미륵’도 미르와 상통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렇게 용은 처음에는 강이나 물을 상징하는 신비한 영물이었으나 차츰 신격화 하여 강신과 물신이 되어 용왕제나 용신제의 주체가 되었으나 더욱 그 신통력이 확대되어 육지에서는 토룡신이 되고 산에서는 산세에 따라 선룡도 있고, 흉룡도 있다. 또한 하늘에 올라가서는 천룡(天龍)이 된다.

또한 고대인들의 강물에 대한 신앙은 다양한 용 이야기로 확대되었고, 수많은 설화문학을 만들었다. 용이 늪이 되었다는 용소설화, 연못이 되었다는 용연설화, 우물이 되었다는 용정설화, 굴이 되었다는 용혈암 설화, 입신출세를 예시한 용꿈설화가 모두 그런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용 신앙이나 용 사상을 현대적 사고로 본다면 매우 비과학적인 것이고 허무맹랑한 픽션(fiction)일 수 있다. 그래서 신비롭고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 삶의 위안을 받으려는 과거인들의 욕망이나 꿈을 상상적으로 만들어낸 판타지나 우매한 미신으로 돌릴 수도 있다. 애당초 용의 출현부터가 비현실적이었고 여러 동물의 장점을 모아 만든 가상의 동물이고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상의 동물을 신으로 만들어 그것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국가나 사회나 개인이 의지하고 제사하고 복을 빌었다는 것은 분명 허망한 우상이고 미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용 신앙이나 용 사상의 근원은 바로 모든 생명들의 원천이 되는 물의 소중함, 물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의 상징적 표현이고 그 절실함에 대한 정성의 행위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용신앙의 그 간절한 정성과 기대에 대한 의미는 결코 과학적으로만 해석될 일이 아니다. 성경에서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라 했는데 용이야말로 물이나 강에 대한 인간의 소망을 드러낸 실상이고 시적으로 말하면 강물의 메타포 즉 은유적 이미지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들의 물에 대한 소중함, 강물이 주는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만일 지상에 물이 없다면, 아니 백제 땅에 한강이 없고 금강이 없었다면 위례성, 웅진성, 사비성에 도읍을 정할 수가 있었겠는가. 만일 부여에 백마강이 없었다면 찬란한 백제의 역사, 백제문화 그리고 오늘의 부여가 있었겠는가. 아니 앞으로 부여가 그리고 백제의 후손들이 계속 기운 생동하는 생명력으로 생존할 수는 있겠는가. 백제문화가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구비치는 백마강, 그 생명의 물줄기가 도도히 흐르기 때문이다. 아니 백마강을 상징하는 백마강 용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백마강이 넘실대고 백마강 용이 살아서 꼬리치며 비상하며 힘차게 용트림 질을 할 때 백제는 풍요롭게 되고 백제 인들의 사기도 충천하게 되어 백제 역사도 백제의 후손들도 흥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백마강은 계속 흘러 넘쳐야 한다. 아니 백마강 용도 함께 살아서 용트림 질을 해야 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계속 흘러넘쳐야 하고 계속 용트림 질을 하면서 백제의 들녘을 적시고 삶의 안위를 지키며 풍요와 번영을 기약해야 한다. 백마강 용이 살아서 소용돌이치고 하늘로 비상하며 활개를 친다는 것은 바로 백제인, 백제 정신, 부여인의 기운 생동하는 힘찬 생명력, 자부심,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이 함께 넘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사진-홍문표 박사

 

홍문표 박사

부여군 구룡면 태양리 출생

시인, 평론가, 문학박사, 신학박사

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명지대학교인문대학장, 오산대학교 총장

현,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창조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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